해방 이후 한국종교에 대한 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그리고 이어지는 휴전기간 동안에 거의 소멸될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그 범위와 질적인 면에서 많은 향상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연구자 본인이 믿고 있는 특정 종교의 관점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현재에는 주로 학술적인 관심에 의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종교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인류학적, 문헌적, 역사적 연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인류학적 연구는 마을이나 도시의 하층 사회와 같은 특정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종교적 실천과 신념을 살피려고 노력합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영향을 살피고, 특정의 제의와 실천을 상세히 기술합니다. 김태곤 (1937- ), 최길성 (1940- ), 캔달 (Laurel Kendall, 1947- ), 임돈희 (1944- )와 로저 자넬리 (Roger Janelli, 1943-2021)의 업적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헐버트 (Homer B. Hulbert)를 제외하고는 과거 한국종교를 연구한 모든 서양의 학자들은 특정 의례를 기술한 것이 아니라, 주로 형태나 본질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매달렸습니다. 인류학의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종교행위에 대한 총체적인 기술적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들이 기술한 내용은 종교와 사회의 다른 측면들과의 상호 관련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회제도에 대한 연구와 대조, 비교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연구는 주로 민간신앙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종교문헌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여러 다양한 종교전통의 역사적 전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랭커스터 (Lewis Lancaster, 1932- )와 그의 동료들은 한국불교에 대한 문헌들을 기술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랭커스터의 「한국의 불교정전 (The Korean Buddhist Canon: A Descripive Catalogue, 1979)」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자료입니다. 1983년의 부스웰 (Robert Buswell Jr.)의 지눌에 대한 연구는 문헌적 분석이라는 점, 한국불교의 선구자적 인물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전기적 기술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불교의 신념과 실천의 독특한 측면을 밝혀 주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드 베리 (Wm. Theodore de Bary, 1919-2017)와 김자현 (JaHyun Kim Haboush, 1940-2011)이 편집한 「한국 신유교의 발생 (The Rise of Neo-Confucianism in Korea), 1985」에서 유교 분야의 중요한 문헌 연구의 결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 민간신앙에 대한 문헌 연구도 진행되었는데,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학자 왈라벤 (B. C. A. Walraven)은 무속과 관련된 고대와 현대의 문헌들을 연구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이루어진 역사적 연구는 특정 종교가 특정 시기 속에서 전개되는 과정, 또는 특정 종교전통이나 종교전통들의 장기간에 결친 전개 과정을 다룹니다. 클라크 (Charles Allen Clark)의 「한국의 종교, 1932」 이후 한국의 종교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최초의 책은 네덜란드의 학자 보스 (Frits Vos, 1918-2000)가 쓴 「한국의 종교 (Die Religionen Koreas), 1977」입니다. 이 책은 방대한 참고문헌을 수록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자들의 필독서입니다. 불교사와 유교사에 대한 학술적인 관심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독교사에 대한 책은 아주 최근에 와서야 발행되었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초기 역사는 1929년에 발행된 백낙준 (1895-1984)의 「한국개신교사 (The History of Protestant Missions in Korea: 1832-1910)」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은 아주 최근까지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클라크 (Donald N. Clark, 1943- )의 「현대 한국의 기독교 (Christianity in Modern Korea), 1986」와 그레이슨 (J. H. Grayson)의 「한국의 초기 불교와 기독교 (Early Buddhism and Christianity in Korea), 1985」는 이러한 간격을 좁혀보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민경배와 이만열 같은 한국의 개신교 학자들은 개신교 선교의 역사와 한국 개신교 교파를 연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초기 개신교인들의 전기를 써서 최근의 기독교 역사 연구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천주교 측에서는 최석우 신부와 한국교회사연구소의 활동을 통해서 보다 많은 진전을 이룩했습니다. 이들은 초기 천주교 문헌의 발견, 보관, 그리고 분석과 함께 각 지방의 천주교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아마도 이 연구소의 학술적인 업적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가톨릭대사전, 1985」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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