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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의 발전 (1) - 게라르두스 반 델 레에우

종교학

by 1차메탈 2023. 5. 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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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뮐러에서 시작되어 현대학문으로 확립된 종교학이 이번에는 20세기 중엽부터 후엽에 이르는 시기에 어떻게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할 수 있는 첫 번째 학자는 종교 현상학을 대표하는 게라르두스 반 델 레에우 (Gerardus van der Leeuw, 1890-1950)입니다.

 

게라르두스 반 델 레에우

 

반 델 레에우는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에서 크리스텐센에게서 종교학을 공부한 후, 1918년부터 1950년까지 흐로닝언 (Groningen)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했습니다. 그는 종교 현상학과 신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기가 가장 존경하던 쇠더블롬과 오토가 확립시킨 "성(聖)스러움"의 범주를 받아들이고, 그 기초 위에서 종교현상의 심리학적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인간 정신의 일치성에 전제를 두고 감정이입 (empathy)을 통하여 종교적 의미를 재체험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시하여, 그는 종교연구가 자신도 종교적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타인의 종교체험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앙체험을 매개체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종교학적 이론은 1925년에서 1950년 사이의 종교학적 발전을 대표하는 책이라는 평을 받는 그의 대작 「종교 현상학 (Phänomenologie der Religion, 1933)」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는 믿는 공동체의 중심 교리에서부터 종교현상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로서 외부에 서서 나타나는 그대로를 보려는 현상학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종교현상에 대한 순수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첫째는 나타난 현상에 이름을 주는(assigning names) 것으로, 각기의 이상적 유형에 따라서, 제사, 기도, 신화 등으로 분류하는 일입니다.

둘째로, 자신의 내면 속에서 그 종교현상을 다시 체험하도록 감정이입을 시도하는 일입니다. 즉, 공감적(sympathetic) 체험에 의해 그 종교현상과의 연결점을 연구자 자신의 의식 속에서 발견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상학적인 이해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것이며,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배양하기 위한 힘든 노력을 수반합니다. 물론 이러한 공감적 체험에는 한계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모든 것은 인간에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편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판단을 중지 또는 보류하는 것으로서, 그는 이러한 판단 중지를 설명하기 위해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의 철학적 현상학의 용어인 "에포케 (Epoché, ἐποχή)"를 사용했습니다. 에포케란,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어떠한 형이상학적 전제나 주관적인 판단이나 가치평가를 괄호 안에 넣는 것으로서 하나의 방법적인 기술이라기보다는 실재를 대하는 인간의 전체적인 태도와 그 특성을 가리킵니다. 그는 편견의 개입을 막기 위해 지적인 판단 보류가 방법론적으로 필요하고 유익하지만, 관찰만으로는 종교생활의 내면성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남의 신앙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기의 신앙을 매개체로 쓰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넷째는 해명 (解明, clarification)입니다. 이것은 현상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여 분명하게 하는 일로서 처음의 작업에서 이름을 붙인 일을 다시 확인하고 심화하는 일입니다. 따라 서 여기서는 파악된 구체적 현상을 보편적 전체 속에 배치할 수 있게 되어 이상적이고 유형적인 상호연관성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전체를 파악하는 일을 "형상직관 (形相直觀, eidetic vision)"이라고 부르는데, 형상직관으로써 연구가는 구체적인 현상과 보편적인 개념을 동시에 파악하게 됩니다. 이 네 가지 작업이 다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현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는데, 혼란 속에 경험된 실재가 이렇게 전체적으로 파악될 때에 하나의 나타남 (manifestation)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그는 남을 이해하는 문제는 시기적 또는 문화적인 거리에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며 해석학적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다섯째는 아직 해석되지 않은 새로운 체험이나 사료를 통하여 이미 확인된 결론들을 계속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개방된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언어학과 고고학적 연구 등을 통해 알려지는 새로운 사료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위에 언급한 작업과정을 통하여 이미 이해된 것을 확인하거나 수정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서 현상학자는 각 사건을 그 자체의 가치에서 순수하게 보고 나타 나는 그대로의 의미를 증언(testify)하는 것입니다. 그는 의미파악이라는 면에서 종교현상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상학적 방법은 얼굴을 직접 대할 수는 없고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한계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오토의 "성스러움"을 성스러운 것의 능력, 즉 삶을 고귀하게 하고 그 안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힘 (power)"으로 보고 인간에게 경외감을 일으키는 이 힘이야말로 모든 종교의 기초를 이룬다고 했습니다. 종교적 인간은 이 힘을 통해 더 풍부하고, 폭넓은 삶을 살기를 추구하며 생을 의미 있는 전체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모든 종교는 주어진 삶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의미하는 구원을 향하는 것으로, 결국 모든 종교는 구원의 종교라고 반 델 레에우는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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